주말에 혼영을 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개봉작 중에 볼만한 것을 찾던 중 강렬한 눈빛의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임성미 배우가 주연으로 분한 "파이터(Fighter)"입니다.
영화 파이터는 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을 수상했고, 임성미 배우는 파이터를 통해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습니다!
게다가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경쟁부문에도 초청되었다고 하니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제 눈길을 사로잡은 포스터부터 감상하시고 스토리 소개를 이어가겠습니다.
■ 스토리
포스터 속 강렬한 눈빛의 소유자는 파이터의 주인공 리진아입니다.
"리"씨 성을 쓰는 것에서 눈치채셨겠지만 그녀는 한국에 온 지 이제 5개월정도 된 탈북자(정식 명칭은 '북한이탈주민'이지만 영화에서 그녀 스스로 탈북자라고 하기에 탈북자란 단어로 계속 사용하겠음)입니다.
탈북자들을 교육하는 하나원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서울로 온 리진아는 "별이오빠"라는 탈북자의 도움으로 식당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고된 식당일에 지칠 법하지만 아버지의 탈북을 돕기 위해 그녀는 다른 일도 소개해달라고 별이오빠에게 부탁합니다.
다방에서 일하는 것은 단칼에 거절한 그녀의 또 다른 업무는 복싱체육관 청소업무.
우연한 기회로 복싱체육관에 발을 들인 그녀는 사실 북한에서 군인으로 일하며 복싱을 배운 경험이 있었습니다.
체육관에서 코치로 일하는 태수는 진아가 체육관 여성복서들에게 몰입하는 걸 보며 그녀가 복싱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녀에게 복싱을 권유해보지만 호되게 퇴짜를 맞습니다.
하루에 두탕을 뛰며 힘들게 사는 그녀에게 복싱은 사치스러운 운동일 뿐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답답한 마음에 새벽에 체육관에 가서 몰래 샌드백을 치는 걸 관장님에게 들키게 됩니다.
관장님은 한 눈에 그녀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그녀의 복서인생이 시작됩니다.
그녀의 복싱이야기는 영화에서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 리뷰 ★★★★☆
탈북자 리진아는 삶에 치여사는 우리의 모습과 같습니다. 내가 될 수도 있고 당신이 될 수도 있는.
윤재호 감독님이 왜 "탈북자", 그리고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탈북자"인 진아는 남한에서 고아나 다름없습니다. 아버지는 아직 중국에서 탈북을 준비중이고 어머니는 12살 때 가족을 버리고 탈북에 성공해서 이미 남한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연락할 만한 사람은 일자리를 소개해 준 "별이오빠"정도지만 그는 탈북브로커일 뿐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여성"인 진아는 남한에서도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원룸을 잡기 위해 연락했던 부동산중개인은 그녀가 혼자 살고 북한에서 왔기 때문에 특별한 연고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그녀의 집 앞에 술에 취해 찾아와 그녀를 희롱하다가 그녀에게 한 대 맞은 일로 거액의 병원비를 청구합니다.
관객 입장에선 너무 화가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영화 속에서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그녀는 묵묵히 참고 병원비를 물어줍니다.
이처럼 진아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약자입니다. 감독은 진아가 "복싱"과 "태수", "관장", "어머니" 등을 통해 삶의 동력을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도 삶이란 것이 때론 힘들고 지치더라도 삶의 동력을 찾으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 이름은 리진아. 나는 탈북자다. 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아는 영화 초반에 한번, 영화의 마지막에 한번 같은 내용의 독백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초반에 독백을 들었을 때 그녀의 싸움이 끝나지 않은 이유는 남한에서의 치열한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 그녀의 독백을 들었을 때 그녀가 앞으로 헤쳐나갈 싸움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진아가 복싱을 통해 성장해가는 감정들이 온전히 전달되면서 삶이란 결국에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것이라는 것에 저도 감정이입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아를 청소부라고 깔보던 민수아와의 1:1매치에서 시원하게 복수해주길 바랬는데 오히려 KO패 하면서 아쉬움이 남았는데, 결국 그 KO패 뒤에 어머니와의 응어리를 푸는 계기가 생기게 된다는 점에서 승패에 연연하는 것이 아닌 도전 그 자체의 중요성과 그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예산 독립영화기 때문에 상업영화에 비해 화제성도 떨어지고 상영하는 영화관을 찾기도 어렵지만 삶의 원동력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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